풀뿌리 생태시민력_세계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오늘 아침 출근길, 자신만의 초록한 생명력을 빛내며 옹기종기 피어나는 새싹들을 봤다. 생명의 기운이 나를 무심히 툭 하고 위로하는 기분. 고마웠다. 자끄엘륄의 ‘세계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처럼 생명의 가치는 세계적으로 사고하되 행동의 무대는 내가 발 딛고 살아내는 삶, 일상 가까이에 존재해야 함을 되새기는 오늘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보낸 지난 2년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을까? 강력한 전염성, 치사율의 위협은 그 이전의 일상을 다 잊어버리고 말 만큼 엄청났다. 사회복지현장의 일상적 만남, 관계는 온라인, 비대면이라는 전환의 급물살을 탔고 서핑 보트에 오른 내 마음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한여름 서핑을 즐기듯 급물살 위에 단단히 서는 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내가 지금까지 지키려고 했던 건 뭐지? 정말 지금 이 방향이 최선인걸까?’ 당장의 빵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실천해야한다고 늘 이야기했는데 말이다.
“왜 복지관이 기후위기 대응까지 해야 해요? 우리가 환경단체는 아니잖아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동안 사회복지 영역에서 환경문제는 비주류 영역이었으니까. 개관 때부터 핵심가치의 일환으로 생명을 중시했던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도 특별하지 않았다. 2019년 12월 시작된 코로나가 몇 개월 후면 지나가고, 우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할 때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과 달리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기후위기. 기후위기를 넘어 불평등의 굴레까지, 전환을 위한 근본적 성찰의 절실함이 남았다. 나는 책에서 실마리를 찾으며 동료, 선배들과의 토론으로 물음에 물음을 이어갔다. 다행히 반복된 물음의 끝이 막다른 길은 아니었다. 인류에게 코로나19로 경고를 던진 생태계, 기후위기, 재난시대라고 하는 거대한 빙산을 만났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거대하기도.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뿌연 안개 속 무기력한 존재보단 나은 길이 아닐지. 아직 늦지 않았다는 과학자들의 발언도 있으니 시작하는 힘을 내자고. 그 시점부터 나는 우리가 놓치지 않고, 나아가야 할 길은 기후위기로부터 기후불평등, 기후정의로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닐지? 물음을 넘어 실천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방아골은 지속가능한 대안을 궁리하기 위해 책을 함께 읽고, 문화인류학에 기반 한 공존의 가치를 학습하고, 구체적 실천으로서 공동의 것(시선)을 연결하는 끊임없는 토론과 워크숍을 이어갔다. 그렇게 어설프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조금씩 디뎌냈다. ‘모든 생명이 배제되지 않고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생태복지를 조작적으로 정의하고 성과와 변화를 위한 내부 성과지표를 수립했다. 이 과정을 통해 생태복지 운동의 필요와 방향, 그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 이를 실천하는 우리의 시선과 운동을 더욱 구체화하며 2021년 중순 생태복지 운동을 방아골의 핵심의제 중 하나로 삼았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2021년 여름날 동네에서 노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을 다룬 기사(경향신문,2021.07.30.)에는 복도에서 마주친 이웃에게 “사인이 뭐래요” 라고 되묻더니 “날이 워낙 더우니까…”라고 나직이 내뱉었다는 내용이 있다. 2023년 올해 여름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지난해보다 80% 넘게 늘어 3천명에 육박한다고 집계됐다. 하루 사망자가 7명에 달한 날도 있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한다. 폭염 뿐 아니라 폭우, 곧 들이닥칠 한파가 위기임이 분명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현실이다.
최재천 외(2009)와 김영화(2018)는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규모에 따라 생태복지 욕구가 다르므로 인구 사회학적 특성과 지역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응하는 지역사회 네트워크나 지역성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2022년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이 조직한 도봉구 생태전환 실천연구소(줄임말 ‘도전연구소’)는 지역 단위의 기후위기 이슈를 대응하는 주민주체로서 매우 유의미한 실천일 것이다. 도전연구소 활동가들은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이웃, 지역 이슈 중에서도 세대 간 불평등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이웃의 삶을 살피는 운동으로서 기후불평등 당사자에게 실질적 변화로 체감될 수 있는 지역사회 대응력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복구지원사업으로는 생명을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스스로의 앎이 삶의 변화를 만들고, 지역의 변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모두의 도전이 절실한 시점이다.
2023년 현재 ‘기후재난’이라는 것이 세계적 이슈로 계속되고 있다. 재난시대에 살고있는 우리, 지역사회복지관의 존재이유를 끊임없이 물으며 항해하고 있다. 언제까지 넘쳐나는 빗물이 들이닥친 뒤에 수해복구지원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폭염을 견디다 못해 온열질환으로 생을 마감한 당사자의 삶, 최저생계비와 더 멀어져가는 밥상물가의 위협, 전염성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삶의 고립에 대해 ‘소 잃고 고치는 외양간’은 이제 그만.
병들어가는 지구 위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힘들고 불안한 삶을 살아간다. 소수 특권층을 제외하고는 중산층부터 빈곤층까지 모두 시스템의 노예가 되어 어디로 향하는지 확실하지 않은, 모호한 미래를 향해 달린다. 그 속에서 불평등은 점점 심해진다. 실제 재난의 피해와 고통은 가장 취약한 곳에 가장 먼저 가장 깊이 온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다. 그냥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당장 나의 이슈는 아닐 수 있다. 그러니 세계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려는 우리 지역의 생태시민력을 조직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풀뿌리 생태 시민력의 집합체인 ‘도봉구 생태전환 실천연구소(도전연구소)’로 내 삶의 전환을 넘어 다음 세대가 살아낼 세상의 얼룩을 조금이라도 지워보자고 의기투합하며.
글쓴이 | 지역3팀 김난미
풀뿌리 생태시민력_세계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오늘 아침 출근길, 자신만의 초록한 생명력을 빛내며 옹기종기 피어나는 새싹들을 봤다. 생명의 기운이 나를 무심히 툭 하고 위로하는 기분. 고마웠다. 자끄엘륄의 ‘세계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처럼 생명의 가치는 세계적으로 사고하되 행동의 무대는 내가 발 딛고 살아내는 삶, 일상 가까이에 존재해야 함을 되새기는 오늘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보낸 지난 2년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을까? 강력한 전염성, 치사율의 위협은 그 이전의 일상을 다 잊어버리고 말 만큼 엄청났다. 사회복지현장의 일상적 만남, 관계는 온라인, 비대면이라는 전환의 급물살을 탔고 서핑 보트에 오른 내 마음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한여름 서핑을 즐기듯 급물살 위에 단단히 서는 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내가 지금까지 지키려고 했던 건 뭐지? 정말 지금 이 방향이 최선인걸까?’ 당장의 빵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실천해야한다고 늘 이야기했는데 말이다.
“왜 복지관이 기후위기 대응까지 해야 해요? 우리가 환경단체는 아니잖아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동안 사회복지 영역에서 환경문제는 비주류 영역이었으니까. 개관 때부터 핵심가치의 일환으로 생명을 중시했던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도 특별하지 않았다. 2019년 12월 시작된 코로나가 몇 개월 후면 지나가고, 우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할 때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과 달리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기후위기. 기후위기를 넘어 불평등의 굴레까지, 전환을 위한 근본적 성찰의 절실함이 남았다. 나는 책에서 실마리를 찾으며 동료, 선배들과의 토론으로 물음에 물음을 이어갔다. 다행히 반복된 물음의 끝이 막다른 길은 아니었다. 인류에게 코로나19로 경고를 던진 생태계, 기후위기, 재난시대라고 하는 거대한 빙산을 만났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거대하기도.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뿌연 안개 속 무기력한 존재보단 나은 길이 아닐지. 아직 늦지 않았다는 과학자들의 발언도 있으니 시작하는 힘을 내자고. 그 시점부터 나는 우리가 놓치지 않고, 나아가야 할 길은 기후위기로부터 기후불평등, 기후정의로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닐지? 물음을 넘어 실천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방아골은 지속가능한 대안을 궁리하기 위해 책을 함께 읽고, 문화인류학에 기반 한 공존의 가치를 학습하고, 구체적 실천으로서 공동의 것(시선)을 연결하는 끊임없는 토론과 워크숍을 이어갔다. 그렇게 어설프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조금씩 디뎌냈다. ‘모든 생명이 배제되지 않고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생태복지를 조작적으로 정의하고 성과와 변화를 위한 내부 성과지표를 수립했다. 이 과정을 통해 생태복지 운동의 필요와 방향, 그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 이를 실천하는 우리의 시선과 운동을 더욱 구체화하며 2021년 중순 생태복지 운동을 방아골의 핵심의제 중 하나로 삼았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2021년 여름날 동네에서 노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을 다룬 기사(경향신문,2021.07.30.)에는 복도에서 마주친 이웃에게 “사인이 뭐래요” 라고 되묻더니 “날이 워낙 더우니까…”라고 나직이 내뱉었다는 내용이 있다. 2023년 올해 여름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지난해보다 80% 넘게 늘어 3천명에 육박한다고 집계됐다. 하루 사망자가 7명에 달한 날도 있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한다. 폭염 뿐 아니라 폭우, 곧 들이닥칠 한파가 위기임이 분명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현실이다.
최재천 외(2009)와 김영화(2018)는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규모에 따라 생태복지 욕구가 다르므로 인구 사회학적 특성과 지역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응하는 지역사회 네트워크나 지역성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2022년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이 조직한 도봉구 생태전환 실천연구소(줄임말 ‘도전연구소’)는 지역 단위의 기후위기 이슈를 대응하는 주민주체로서 매우 유의미한 실천일 것이다. 도전연구소 활동가들은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이웃, 지역 이슈 중에서도 세대 간 불평등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이웃의 삶을 살피는 운동으로서 기후불평등 당사자에게 실질적 변화로 체감될 수 있는 지역사회 대응력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복구지원사업으로는 생명을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스스로의 앎이 삶의 변화를 만들고, 지역의 변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모두의 도전이 절실한 시점이다.
2023년 현재 ‘기후재난’이라는 것이 세계적 이슈로 계속되고 있다. 재난시대에 살고있는 우리, 지역사회복지관의 존재이유를 끊임없이 물으며 항해하고 있다. 언제까지 넘쳐나는 빗물이 들이닥친 뒤에 수해복구지원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폭염을 견디다 못해 온열질환으로 생을 마감한 당사자의 삶, 최저생계비와 더 멀어져가는 밥상물가의 위협, 전염성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삶의 고립에 대해 ‘소 잃고 고치는 외양간’은 이제 그만.
병들어가는 지구 위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힘들고 불안한 삶을 살아간다. 소수 특권층을 제외하고는 중산층부터 빈곤층까지 모두 시스템의 노예가 되어 어디로 향하는지 확실하지 않은, 모호한 미래를 향해 달린다. 그 속에서 불평등은 점점 심해진다. 실제 재난의 피해와 고통은 가장 취약한 곳에 가장 먼저 가장 깊이 온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다. 그냥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당장 나의 이슈는 아닐 수 있다. 그러니 세계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려는 우리 지역의 생태시민력을 조직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풀뿌리 생태 시민력의 집합체인 ‘도봉구 생태전환 실천연구소(도전연구소)’로 내 삶의 전환을 넘어 다음 세대가 살아낼 세상의 얼룩을 조금이라도 지워보자고 의기투합하며.
글쓴이 | 지역3팀 김난미